불안이란
학교에서 시험을 보거나, 직장에서 여러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할 때, 그리고 대학교에 들어와서 첫 미팅을 할 때 등 여러 상황에서 다양한 수준의 불안을 경험한다. 어느 정도의 불안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준비를 하게 하고 적절한 수행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불안을 느끼는 것은 누구나 경험하는 보편적인 현상이고, 임박한 상황에 대처하는데 유용한 반응일 수 있다는 말이다.
불안하고 긴장이 될수록 정서적인 각성수준이 높아지게 되는데, 이러한 각성수준이 너무 높거나 너무 낮을 경우에는 수행 능률이 떨어지고 적절하게 긴장되어 있을 때 가장 능률적인 수행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불안은 항상 우리에게 부정적인 영향만을 주는 것은 아니며, 적절하게 유지될 경우에는 학습과 수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어떤 의미에서는 살아가는데 불가피한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병리적 불안의 종류
범불안장애
범불안장애는 과도한 불안과 더불어 미래에 대해 걱정과 불길한 기대를 가지며 이러한 걱정이 잘 통제되지 않는 불안을 경험할 때 진단되는 불안장애이다.
범불안장애는 항상 걱정에 시달리는 것이 주된 특징이다. 이와 관련하여 안절부절못하고 쉽게 피곤해지며 주의집중이 어렵고 근육이 긴장되며 수면에도 곤란을 겪는다. 범불안장애의 또 다른 특징은 다른 불안장애와는 달리 불안을 유발하는 자극이나 상황이 모호한 경우가 많고, 외적인 상황과 관계없이 불안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공황장애
공황장애는 예기치 못한 심한 공황발작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불안장애로, 공황발작 시에 죽거나 통제력을 상실하게 될까봐 두려워하며, 한 번 공황발작이 나타나면 이후에 또 다른 공황발작이 일어날까 봐 지속적으로 염려한다. 공황발작이 심한 사람은 자기를 도와줄 사람이 옆에 없을 경우에는 바깥출입을 하지 못하는 등 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기도 한다. 공황장애는 경우에 따라서 광장공포증을 수반하기도 하고 수반하지 않기도 한다.
광장공포증은 즉각적으로 피하기 어려운 장소나 상황에 처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보이는 것으로 혼자 외출한다든지, 사람들 속에 있다든지, 다리를 건넌다든지, 여행을 하는 것에 대한 불안을 나타낸다. 광장공포증이 심한 경우에는 거의 모든 시간을 집에서 지낸다.
사회공포증
사회공포증은 대인공포증이라고도 하며 사람들 앞에서 무언가를 하고자 할 때 심한 두려움을 경험하는 장애로, 주로 대인관계 상황이나 수행 상황에서 뚜렷하고도 지속적인 두려움을 보인다.
이들은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보는지에 매우 예민하며, 특히 자신의 수행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와 관련된 단서를 포착하는데 대단히 기민하다. 사회공포증은 우리나라와 같이 경쟁이나 평가가 팽배한 사회에서는 매우 빈번하게 나타날 수 있는 장애로 보이는데, 실제로 심리장애가 있다고 진단되지는 않지만 이러한 경향성을 보이는 사람들을 다 포함한다면 상당히 많은 잠재층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정공포증
특정공포증은 구체적인 대상이나 상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뚜렷한 두려움을 보이는 것으로 동물이나 곤충을 두려워하는 동물형, 천둥이나 폭풍 등 자연환경을 두려워하는 자연환경형, 피를 보거나 주사를 맞거나 신체적 손상을 두려워하는 형, 폐쇄공포증이나 고소공포증처럼 특정 상황을 두려워하는 상황형 등이 있다.
강박장애
강박장애는 강박사고나 강박행동이 주된 증상으로, 원치 않는 침투적인 사고나 강박적인 의례행위에 많은 시간을 소모하거나 이에 과도하게 집착하여 일상생활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한다.
강박사고는 본인도 불합리하거나 얼토당토않은 줄 알지만 통제할 수 없는 어떤 생각이나 심상이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떠오르는 것을 말한다. 강박행동은 의례적인 행동(손 씻기, 정돈하기, 확인하기)이나 정신적 활동(기도하기, 숫자 세기)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여 반복하는 억제할 수 없는 충동에 따른 행동이다. 강박행동은 고통을 예방하거나 감소시키고 두려운 사건이나 상황을 방지하거나 완화하려는 시도로 나타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천재지변이나 교통사고, 폭행을 당하는 것처럼 분명한 외상적 경험을 한 후에 지속적으로 고통스러운 경험이 반복되는 장애이다. 예를 들어, 월남전에서 부상을 입은 환자나 대형참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사건 이후에 한참 시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사건과 관련된 침투적인 사고를 경험하거나 가위에 눌리는 등 심한 불안을 경험할 수 있다.
건강염려증
불안장애에 속하지는 않지만 뚜렷한 근거 없이 신체적으로 심각한 질병에 걸렸다고 지나치게 걱정하는 건강염려증도 불안이 수반되는 심리장애이다. 이들은 객관적인 의학적 평가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암이나 에이즈 같은 심각한 병에 걸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심한 경우에는 거의 망상에 가까운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불안을 다루려면
- 좋은 걱정과 해로운 걱정을 분리시킨다. 인생을 건설적으로 계획하면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물론 좋은 걱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해로운 걱정은 비생산적이고, 늘상 반복되며, 위협이 되고, 자기 패배적인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 해로운 걱정을 하지 않는 연습을 매일 한다.
-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 직면한다. 마음 속에서 부정적이거나 끔찍한 결과를 예상하는 걱정을 하기보다는 구체적인 현실에 근거한 걱정을 한다.
지금껏 우리가 경험한 걱정들 대부분은 지나고 나면 그 정도가 지나쳤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 걱정만 하기보다는 당면한 문제를 분석하고 문제 해결적인 행동을 한다.
자신의 능력과 현실을 고려하여 실현 가능하며 합리적인 계획을 짜서 실천해 본다.
- 혼자서 걱정에 사로잡히기보다는 걱정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 어떤 행동이 필요한지를 동료나 친구, 아내와 함께 상의한다.
- 사람들과 연대감을 경험한다. 자기만의 울타리를 벗어나 가족, 친구, 이웃, 동료, 직장 등으로 관심 영역을 넓히고 이들과 연대감을 경험하도록 노력한다.
- 자기가치를 가지고 소신껏 정직하게 살아가면 쓸데없는 죄책감에 시달리거나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 적당한 양의 수면을 취하고 식사를 한다.
- 기분전환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본다. 따사로운 햇살을 쪼이면서 산책을 하거나 음악을 듣는다.
유익한 비디오를 보거나 책을 읽는 것도 좋고, 즐거운 노래를 불러도 좋다.
- 걱정거리들을 구조화시킨다. 사소한 것이라고 귀찮게 여기지 말고 앞으로 처리해야 할 일 이나 과제들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습관을 들인다.
걱정이 되어 밤에 잠이 잘 오지 않으면 걱정거리들을 적어본다.
- 닥쳐올 재앙을 걱정하기보다는 그것을 예방하는 행동을 한다.
- 나쁜 것만 생각하기보다는 좋은 것을 생각하려고 애써본다.
- 넓은 시각에서 보면 걱정은 사소하고 조그마한 것에 불과하다.
- 세상에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없다. 걱정도 마찬가지이다.
이용승 <범불안장애>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