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라는 삶의 과제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인간관계 속에 던져진다.
그리고 인간의 삶은 인간관계 속에서 펼쳐진다. 삶 속에서 우리가 해결해야 할 주요한 과제는 함께 살아가야 할 여러 영역의 사람들과 불필요한 갈등 없이 친밀하고 협동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어 나가는 일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속성을 지닌 인간간의 관계에서는 갈등과 투쟁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소모적이고 파괴적일 수 있는 불행한 인간관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이기적 욕망과 자기중심적 속성을 깊이 자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이러한 이기적 욕망과 자기중심적 속성을 잘 다스려 조절된 형태로 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성숙한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자기 이해와 자기조절이 필요하다.
인간관계는 사람간의 상호작용이므로, 성숙한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그 대상이 되는 주요한 타인, 나아가서 인간 발달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타인은 어떤 욕구를 지니고 있으며,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반응하며, 나의 말과 행동이 그에게 어떤 영향과 변화를 주는지 등에 대한 이해가 깊을수록 인간관계는 더 효율적이고 원활하게 된다.
대학생의 인간관계특징
우리의 인간관계는 인생의 발달단계에 따라 변화한다. 인생의 발달단계에 따라 만나는 사람들이 달라지고, 경험하게 되는 인간관계의 양상도 달라진다.
대학생의 인간관계 특징은 어떨까..
첫째, 인간관계의 폭이 넓어진다.
일반적으로 청소년기는 인간관계가 가장 활발한 시기인데, 한국사회에서 청소년기에 해당하는 중고등학교 시기는 학생들의 시간과 노력이 입시준비에 집중되기 때문에 비로소 대학에 진학하여 억눌렸던 인간관계의 욕구가 활발한 인간관계로 나타나게 된다. 대학에서는 학과, 동아리, 동문회, 동향회 등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많은 사람들과 교우관계가 이루어진다.
둘째, 인간관계가 이루어지는 상황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
중고등학교에서는 같은 반의 지정된 좌석에서 정해진 과목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반 친구, 분단친구, 짝 등과 같이 노력하지 않아도 주어지는 인간관계의 틀이 있다. 그러나 대학에서는 이렇게 주어지는 인간관계의 틀이 거의 없다. 대학에서는 부모나 교사의 규제와 제약이 사라지고 학생 개인에게 많은 자유와 자율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같은 학과 또는 학부라는 소속의식이 있지만 그 집단의 응집력이나 구속력이 매우 약하다. 특히 소속 인원이 많은 학과나 학부에서는 더욱 그렇다. 학생 개인이 스스로 적극적으로 인간관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인간관계의 형성이 어렵다. 이렇듯, 상황의 급격한 변화 때문에 대학 초기에 인간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많다.
셋째, 인간관계의 질도 변화한다.
친밀한 인간관계의 대상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질 뿐만 아니라 선택의 기준도 변화한다.
중,고등학교에서처럼 같은 학교나 같은 반의 소속의식에 근거했던 교우관계가 그보다는 성격, 가치나 이념, 취미나 취향, 관심사, 졸업 후 진로 등 다양한 기준에 근거한 교우관계가 이루어진다. 또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요인도 변화한다.
많은 선택 대상이 있기 때문에 인간관계의 형성과 와해도 빈번하게 된다.
넷째, 대학에서는 이성교제가 활발해진다.
이성관계에 대해서 자유롭고 허용적인 분위기를 제공하는 대학에서는 미팅, 소개팅 등을 통해 이성과의 만남이 빈번해진다. 사실 깊이 있는 실질적인 이성관계가 처음으로 이루어지는 시기는 대학시절이다. 성인으로서 진지하고 깊이 있는 이성관계를 형성하고 이성간 낭만적 사랑(romantic love)을 경험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성관계를 통해 강렬한 감정이 개입되는 새로운 인간관계를 경험하게 된다. 만남과 이별을 통해 여러 이성을 탐색하기도 하고 때로는 이 시기에 만난 이성과 좋은 관계를 맺게 되어 훗날 결혼배우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사회에서 남자들의 경우 대부분 대학시절에 군복무의 경험을 하게 된다.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사회에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경험하게 된다. 철저한 위계사회이며 개인적 자유가 극히 제한되는 군대사회에서 다양한 계층, 출신지역, 학력을 지닌 동료들과 생활하게 된다. 하급부하로서 또는 상관으로서 다양한 인간관계의 경험을 군대생활에서 경험하게 된다.
인간관계와 자기성장
인간관계의 손자병법은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그것이 그대로 적용됨을 알 수 있다. 상대를 알려면 먼저 자기를 이해해야한다는 것은 곧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한 자기 성장의 첫 단계이다. 이러한 내적인 자기 성장의 세 가지 단계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자기이해
자기이해란 ‘있는 그대로의 자기’의 경험을 진실되게 탐색하는 과정을 통하여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왜 느끼며 생각하고 있는가에 대하여 각성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나는 지금 화를 내고 있는지, 또는 불안이나 긴장을 경험하고 있는지, 무엇에 심신을 투입하고 있는지, 내가 지금하고 있는 행동은 ‘있는 그대로의 나’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하여 꾸며낸 것인지, 이와 같은 나의 행동이 나 자신의 학업성취와 나의 삶, 나아가서는 타인과의 인간관계 발전에 어떤 결과를 초래케 하는가에 대하여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자기수용
자기수용이란 이상과 같은 자기이해를 통하여 자기의 좋은 점, 밝은 면뿐만 아니라 나쁜 점, 초라한 어두운 면조차도 동시에 발견하게 되고, 이로 인한 수치, 좌절, 불안, 분노 등의 감정까지도 느끼고 있는 그대로를 솔직히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때에 타인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게 될 것이며, 타인을 수용하고 신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상대방에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개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셋째, 자기개방
우리는 때와 장소에 알맞게 개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이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타인에게 솔직하게 개방함으로써 건전한 성격을 발달시키고 타인과의 의미 있는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가 좀더 신뢰하고 개방할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진정한 참 만남의 인간관계가 이루어지며, 이를 바탕으로 개인은 자기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여 개인의 성장과 더불어 생산적인 삶을 영위하게 될 것이다.
성숙한 인간의 인간관계
성숙한 사람의 인간관계는 어떠한가? 그들은 어떤 인간관계를 나타내는가? 성숙한 인간관계를 갖기 위해서는 어떤 심리적 특성이 필요한가?
첫째, 성숙한 사람은 인간관계에 대한 현실적인 욕구와 동기를 지닌다.
현실적인 동기라 함은 현실상황에 맞추어 조절된 동기를 의미하며 이를 위해서는 동기에 대한 조절능력이 필요하다. 동기는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충족되고자 하는 내면적인 힘이다. 인간은 다양한 대인동기를 가지고 있는데, 성숙한 사람은 대인동기와 현실적 환경을 잘 조화시키는 사람이다. 즉 자신의 대인동기를 과도하게 억압하거나 충동적으로 발산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다. 성숙한 사람은 자신을 괴롭히고 타인을 해치는 파괴적인 대인동기를 절제할 줄 안다. 형식적 대인동기를 지니며 대인동기를 조절하는 능력은 자신의 내면적 욕구에 대한 깊은 자각과 이해로부터 생겨난다. 이를 위해서 성숙한 사람은 자신의 내면적 욕구를 유심히 관찰하고 이를 자제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둘째, 성숙한 사람은 인간관계에 대해 현실적이고 유연한 신념을 지닌다.
성숙한 사람은 인간과 인간관계에 대한 깊은 관심을 지니는 동시에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지니고 있다. 인간은 무한히 착하고 헌신적인 측면을 지니는 동시에 무한히 사악하고 이기적인 측면을 지닌 존재라는 사실을 깊이 인식한다.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의 다양성과 가변성에 대해 현실적인 이해를 지니고 있다. 이로 인해 성숙한 사람은 인간에 대해 비현실적이고 경직된 기대를 갖지 않으며 따라서 수용적이고 개방적인 태도를 갖는다. 달리 말해서, 성숙한 사람은 인간 및 인간관계에 대해 편향되고 경직된 생각을 지니지 않는다. 이러한 점들로 인해 성숙한 사람은 다양한 사람들과 폭넓고 깊이 있는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된다.
셋째, 성숙한 사람은 효과적이고 원활한 대인기술을 지니고 있다.
성숙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자신의 마음을 잘 전할 수 있는 사람이다. 상대방의 말을 진지하게 경청할 줄 알고 또 자신의 감정과 의사를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인기술을 가진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상대방의 인격과 입장을 충분히 존중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목적과 소망을 실현하는 효율적인 타협과 절충의 기술을 지니고 있다. 서로의 가치와 의견이 충돌할 수 있는 인간관계의 현실 속에서 불필요한 대립과 반목을 피하고 서로의 이득을 최대화할 수 있는 공존의 인간관계를 맺는 지혜로운 대인기술을 지닌다. 이런 점에서 성숙한 사람은 진정한 의미의 효과적인 대인기술을 지닌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성숙한 사람은 인간관계에서 객관적이고 정확한 지각능력과 판단능력을 지닌다.
즉 대인지각과 대인사고 과정에서 왜곡이나 편견을 개입시키지 않는다. 성숙한 사람은 타인을 신중하게 관찰하고 따라서 타인의 의도나 감정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을 지닌다. 이들은 타인의 의도나 감정을 섣불리 판단하지 않으며 왜곡하여 오해하지 않는다. 타인에 대한 오해와 왜곡은 흔히 자신의 편향된 기대와 욕구에 기인한다. 경직된 신념과 욕구를 지닌 사람은 그것을 타인에게 투사하기 때문에 현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게 된다.
마지막으로, 성숙한 사람은 인간관계 속에서 안정된 감정상태를 유지한다.
성숙한 사람은 타인과의 관계를 조화롭게 유지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부정적 대인감정을 그다지 경험하지 않는다. 물론 대인관계에서 부정감정을 경험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러한 감정의 강도가 강하지 않으며 따라서 커다란 감정의 동요를 나타내지 않는다. 인간과 인간관계에 대해서 현실적이고 유연한 대인신념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타인의 부당한 행동에 대해서 불필요한 감정적 반응을 나타내지 않는다. 또한 이런 경우에도 효과적인 대인기술을 지니고 있어서 지혜로운 대인행동으로 잘 대처한다. 이런 대인행동으로 인해 타인과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지 않는다. 설혹 갈등이 생기더라도 빠른 시일 내에 지혜롭게 해결한다. 따라서 이러한 대인행동은 상대방의 긍정적인 대인행동을 유도함으로써 서로 조화롭고 긍정적인 관계가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나의 인간관계 어떻게 개선시킬 것인가?
모든 사람들은 보다 적응적이고 성숙한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되는가에 관심을 갖는다. 인간관계는 올바른 방법으로 노력하면 변화되고 개선될 수 있다. 단 지속적인 노력을 전제로 한다. 인간관계를 노력 없이 일시에 개선시킬 수 있는 마술적인 비법은 없다.
인간관계의 개선을 위한 첫 걸음은..
첫째, 자신의 인간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마음을 확고히 세우는 일이다.
나의 인간관계를 좀더 적응적인 인간관계로, 좀더 만족스런 인간관계로, 그리고 좀더 성숙한 인간관계로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를 굳건하게 세우는 일이다.
둘째, 자신의 인간관계를 잘 살펴보는 일, 즉 자신의 인간관계를 관찰하는 일이다.
현재 나의 인간관계는 어떠하며 어떤 방식으로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잘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자신의 인간관계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일이다.
무엇이 부족한지 따라서 무엇이 보완되어야 하는지, 무엇이 잘못되어 있는지 따라서 무엇이 교정되어야 하는지를 깊이 이해하는 일이 필요하다.
넷째, 새로운 행동을 시도하고 실행하는 일이다.
어떻게 하면 인간관계가 개선될 수 있는지를 잘 알고는 있지만 행동으로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행하지 않는 앎은 아무런 효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인간관계를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큰 이론보다 작은 실천이 훨씬 더 중요하다.
다섯째, 새로운 시도에 대해 평가하는 일이다.
새롭게 시도한 행동이 긍정적으로 평가되면 그 행동을 계속하고 부정적으로 평가되면 수정해야 할 것이다. 새롭게 시도하다 보면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좌절감을 느끼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말이 있듯이, 새롭게 시도하는 인간관계방식은 대부분 어설프고 부자연스러우며 그 결과도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시도가 지속적으로 반복될 때, 새로운 행동이 좀더 자연스러워지고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새로운 노력에 대해서 스스로 위안하고 강화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러한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인간관계는 점차 개선된다.
권석만 <젊은이를 위한 인간관계 심리학>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