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심리적 성숙이다.
안정된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부모로부터 일관성 있고 자애로운 사랑을 듬뿍 받으며, 원만한 부모간의 사랑을 본보기로 보아온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깊은 사랑을 느낄 줄 알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할 줄 알게 된다.
자기 사랑이란, 자신에게 좋지 않은 점도 더러 있지만 그것이 남보다 크게 더한 정도는 아니며, 자신에게는 근본적으로 좋은 점이 충분히 많을 뿐만 아니라 자신은 다른 사람의 사랑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는 태도이다. 이것을 다른 말로는 자긍심(self-esteem)이라고 하며, 긍정적인 자아상(self-image)이라고도 한다.
객관적으로 보아 얼굴이나 몸매가 예쁜데도 불구하고 자신을 아주 못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열등감을 갖고 있을 때, 십중팔구 그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하여 부정적 자아상을 갖고 있기 쉽다.
사랑의 능력이란 크게는 그 사람의 정신건강과, 작게는 사춘기 전후에 결정적으로 형성되는 그 사람의 자아정체감의 건전성 여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랑이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하나의 신비스런 경험도, 마술적 힘도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갓 태어났을 때부터 키워 온 능력의 소산이며, 부모를 위시하여 친밀하게 지냈던 사람들과 느끼고 배워 온 감정과 행동양식에 불과하다.
청년기와 자아정체
사랑의 능력을 또 하나의 다른 차원에서 조명해 보기 위해서는 청년기의 발달과정과 사랑과의 관계를 고찰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가 말하는 청년기란 아동기가 끝나는 사춘기 후기(18세에서 22세)로부터 어른이 되기 직전의 성인기 전기(22세부터 34세)까지가 해당되는데, 주로 사랑을 시작하여 결혼에 도달하게 되는 연령대가 이 시기이다. 바로 이 시기의 주요 발달과제는 자아정체 형성과 친밀감 형성의 능력이다.
자아정체와 자율성
자아정체란 자기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혹은 선택)한 가치관, 목표 및 능력을 통합하여 자기 것으로 확립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또한 그 당시의 사회적 기대 및 요구와 자신의 주관적 선택과의 통합으로 이루어지는 결과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주관적 선택이란 점이 매우 중요한데, 그 이유는 주관적 선택이 자율성(autonomy)의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자율성이란 독립적인 심리상태로서, 부모와 자녀가 서로 상대방의 개성을 존중하고 수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율성이 풍부한 청소년들은 자신의 어떤 성취에 대하여 자부심을 느낄 뿐만 아니라, 실패를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않으며, 오늘의 실패는 내일의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라고 받아들인다. 사랑은 모험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듯이, 성공하리라는 보장이 가장 적은 모험이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와 같은 모험을 하려면 실패하더라도 기가 죽지 않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며, 나의 선택과 결정에 책임을 지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자율성과 독립성이 있어야 한다.
자아정체와 사랑의 능력
자아정체가 긍정적(혹은 성숙된)인 사람이라야 친밀한 애정관계에서 자신이 상대방으로부터 압도당할 것 같은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있고, 사랑을 주고받는 상호교류가 가능하며, 자기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인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사랑한다는 것은 그리고 친밀해진다는 것은, 잠시 나를 상대방의 세계 속에 던지는 것과 같다. 그것은 마치 아주 감동적인 영화를 볼 때나 신나는 소설을 읽을 때 나를 잠시 잊어버리는 상태와 유사하다. 그러다 나를 영영 잃어버리게 되면 어쩌나 하는 것이 자아정체 형성에 결함이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두려움이다. 여기서 우리는 유연성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된다. 없어졌다가도 찾아오고, 무너졌다가도 다시 일어나는 것이 바로 유연성의 특징이 아닌가? 자아정체에 결함이 있고 경직되어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 같은 능력이 부족하며, 그들은 혼란 속에서 자신을 찾고 지키느라 너무 바쁜 나머지 다른 사람들과의 친밀한 관계 형성에 신경 쓸 마음이 여유가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람들은 대개 짙은 고독감을 느낀다.
어떻게 대화를 잘 이어 나갈 수 있을까?
우리 속담에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대인관계에 있어서 말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를 단적으로 표현한 명언이다. 처음 데이트할 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몰라 당황해 한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첫째, ‘사소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할 말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개 너무 ‘중요한’(?) 혹은 거창한 이야기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상대방에게 감명을 주거나 크게 흥미 있는 이야기만을 하려고 하며, 그렇지 않고 사소한 이야기를 하면 자신이 마치 ‘시시한’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한다. 이와 같은 부담감을 버리고 ‘사소한 이야기’부터 자연스럽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런 화제로 좋은 것이 스포츠에 관한 얘기, 날씨에 관한 얘기, 최근에 본 영화나 책 얘기 등이다. 또한, 당신 자신에 관하여 어느 정도 개방하고 이야기를 나눌 때 상대방 또한 당신에게 새로운 흥미를 느끼고 자신을 개방하게 된다.
둘째, 3단계 대화법을 적용한다.
사회심리학자들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사람들은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한다. 당신이 상대방에 대하여 선의의 흥미를 가지고 그의 장점이나 특징을 높이 평가하면, 그도 당신을 좋아하고 기뻐할 것이다. 그 구체적인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바꾸어 말하기
상대방이 한 말을 다시 한번 반복하면서 당신의 표현법으로 바꾸어 말한다. 만일 상대방이 “또 비가 오는군. 참 구질구질한 날씨야!”라고 말하면, 당신은 “그렇군요. 하늘에 구멍이 뚫렸나봐요. 오늘도 무척 끈끈하겠는데요”라고 응수하는 것이다.
질문하기
이렇게 응수한 다음에는 적절한 질문을 던진다. 가령, 앞에서 비 오는 날에 관한 이야기 끝에 “당신은 어느 계절을 제일 좋아하는가”라든가 “비만 덜 온다면 여름에는 무엇을 가장 즐겨 하는가” 등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이야기를 물어 보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심이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개성과 특성이 있기 마련인데, 그것을 존중하고 이해하려 하며 거기에서 무엇인가를 배우려는 마음만 일단 가진다면 관계형성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리고 이때 혀끝에서 이루어지는 말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무력화 기법
이것은 상대방의 분노나 비판을 무력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하는 말에서 상대방이 진리를 발견하거나 거기에 전적으로 동의하면 대단히 기분이 좋아진다.
상대방이 정치나 철학에 관하여 말하면, 당신은 "그것 참 그럴듯한 생각이군요"라고 맞장구를 친다. 때로, 상대방이 모순되는 말을 하거나 다소 비논리적인 견해를 피력하더라도 그것을 공박하려 하지말고 거기에서 '약간의 진실'을 발견하려고 애써야 한다. 이렇게 하면 상대는 자기가 뭔가 좀 아는 사람처럼 생각하게 되며, 당신의 생각에도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언제나 반대의견이나 대안의견을 내서는 안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게 그의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의 의견도 충분히 존중하고 있으며, 인간적으로 그를 깎아 내리거나 무시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갖게 하는 것이다.
나는 왜 사랑을 못하는가? 나는 왜 고독한가?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주고 또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싶은데, 그것이 잘 안 되는 사람들을 위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원인을 생각해 보자.
첫째, 완벽한 사랑의 추구
완벽한 상대
좋은 관계를 가지는 비결은 ‘완벽한 상대’를 발견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관계를 공고히 하고자 하는 자신의 의지에 달려 있다. 완벽성을 고집하는 한 고독을 면할 수 없다. 다소 덜 완벽한 사람이라도 데이트를 하다 보면 처음에는 잘 몰랐던 장점들이 새로이 발견되고 끌리게 될 뿐만 아니라, 전에는 좋았다고 생각했던 점들이 좋았던 게 아님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하여 데이트 기술도 늘 뿐만 아니라 정서적 불안정감이나 과도한 감정억제를 극복할 수 있고 편안해지며, 그러면 상대편에서도 편안해지고 나에게 더 끌리게 된다.
당신이 요구하는 완벽한 상대의 조건은 무엇인가? 바로 그것은 당신 자신의 문제를 투사하는 것은 아닐까? 투사란 심리학에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타인의 것으로 돌리는 것을 말한다. 물론 투사가 반드시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깨달음으로써 자신의 문제를 바로 잡아가는 지혜와 용기를 갖자는 것이다. 당신의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 그것은 실제로 당신의 자기사랑 부족과 과도한 정서적 억제가 아닌가? 이성과의 관계에서 당신은 무엇을 가장 두려워하는가?
완벽한 나
흔히 일반적으로 말하는 미모나 지능, 학벌, 혹은 매력 등으로 자신을 평가하여 그 중 어떤 것이 부족하므로 사랑을 할 자격(혹은 자신)이 없다고 한탄하는 사람들이 있다. 실제로 이런 사람에게 부족한 것은 신체적 매력이나 교육이 아니라 자기 사랑의 부족이다.
당신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이 세상 그 누구도 당신을 사랑해 줄 사람은 없다.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매달리고 가까이 오기를 갈망할수록 다른 사람들은 그런 당신을 더욱 멀리하게 된다. 그 이유는 당신이 그렇게 간절하게 찾고 있는 그 특별한 사람 역시 고독해 하고 남의 도움을 갈구하는 당신과 같은 사람이 아닌, 자기를 흥분시켜 주고 자기의 삶을 한 단계 위로 올려 줄 그 어떤 사람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당신이 다른 사람에 대한 필요성(의존성)을 버리고 자기 자신에 대하여 만족해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할 때, 점차 그런 당신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짐을 당신도 느끼게 될 것이다.
결국 완전한 나란 어떤 것인가? 그것은 영원히 충족될 수 없는 여러 가지 조건들을 기준으로 자신을 불필요하게 남들과 비교하여 본 끝에 존재하는 내가 아니라, 장점과 더불어 단점까지도 가지고 있는 자신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며,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인생을 열심히 살려고 하는 나의 모습이다.
완벽한 사랑
사랑이란 두 사람 사이에 완전히 감정의 일치가 이루어지는 상태로서 언제나 흥분과 낭만으로 가득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은 대단한 완벽성이며 비현실적인 생각이다. 낭만적 감정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처음에 두 사람을 서로 끌리게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 같은 감정은 오래 지속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행복한 장기적 관계를 보장하지도 못한다.
두 사람이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여 차이점을 이해하려고 노력한 결과 얻어지는 만족감이 그 어떤 낭만적 흥분보다 더 깊이 있고 흐뭇한 친밀감과 애정을 느끼게 해준다.
행복의 비결이란 당신이 원하는 것 모두를 얻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정말 처음에 그것 없이는 도저히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혹독한 착각에서 해방되는데 있다.
둘째, 거부에 대한 불안감
사랑하는 사람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은 흔히 상대방으로부터의 거절에 대한 불안이 너무 심한 나머지, 데이트를 청한다거나 친해지는데 필요한 모험을 하지 않으려 한다. 흔히 거절에 대한 과도한 불안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사고왜곡의 종류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과잉 일반화
한번 누구에게서 거절을 당하면 앞으로도 계속될 거절의 시발이라고 생각하며, 그 주된 이유는 자신에게 결함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 번 혹은 열 번 실패했다고 해서 나에게 영원히 사랑에 성공할 수 없는 근본적인 결함이라도 있는 것처럼 결론짓는 것은 과잉 일반화일 뿐이다.
이분법적 사고
사랑이 깨어지게 되면 어떤 사람들은 그 관계의 문제점을 밝히거나 그 경험을 통하여 무언가를 배우고 성장의 계기로 삼으려 하기보다, 그 관계는 ‘완전한 실패작’ 이었다거나 ‘나는 완전한 실패자였어’라는 생각에만 골몰하는 경우가 있다. 사랑의 성패로 어떻게 나의 인생 전체를 평가할 수 있겠는가?
잘못된 심리추측
자기사랑이 부족하고 자긍심이 낮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기에게 부정적 감정이나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지레짐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실제 상황을 잘못 해석하는 때가 흔히 있다. 특히 마음이 외로운 사람들은 완전히 중립적인 상황도 자기를 거부하는 것으로 잘못 판단한다. 그들은 거부반응에 대하여 과도하게 예민한 나머지, 조금이라도 그런 기미가 보이면(실제는 그렇지 않은데도) 상대방이 자기를 거부한다고 단정해 버린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아니면 간접적인 방법으로라도 상대방의 태도를 확실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확인과정을 꺼리는 한 가지 이유는 짐작만 하던 거부가 확인으로 기정 사실화될 때의 참담한 심정 때문이다.
실연의 아픔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실연의 아픔을 이겨내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그로 인하여 절망하지 않는 일이며, 절망하지 않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사랑의 실패를 자기가치의 부정으로 연계시키지 않는 일이다. 약하니까, 결함이 있으니까, 못난 곳이 있으니까, 불완전하니까, 때로 열등하니까, 그러니까 인간인 것이며, 그것들은 인간적인 특징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이 인간으로서 덜 가치 있다거나, 덜 존엄하다거나, 인간으로서 덜 바람직한 것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잘못은 솔직히 인정하고 고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 과정에서 자존심의 상처나 수치심을 느끼지 않고 어디까지나 자기사랑의 정신으로 그렇게 해야한다. 자기사랑은 무조건적이다. 사랑의 실패는 다만 인간성장의 한 과정에 불과하며, 우리는 그것을 통하여 배우고 성장해 나간다.
김중술 <新사랑의 의미>에서 발췌